화우 이야기

캠프그라운드 화우 이야기

콘크리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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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캠프가 자리잡은 곳은 원래 오래도록 방치된 공장터였습니다.

10년도 훨씬 전에 공장을 짓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저희를 맞아준 건 곳곳이 갈라지고 검게 퇴색된 콘크리트 옹벽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포근한 숲 아래 육중하게 웅크리고 있던 회색빛 덩어리, 왠지 많이 지쳐보이는 그 모습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때를 벗겨내고 조금씩 밑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잿빛 콘크리트를 캔버스 삼아 멋진 그래피티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그려지건 항상 초록의 숲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콘크리트의 숲이 그려졌습니다.
동물원 입구같다는 저희 아이의 말에 쓴웃음이 지어지지만 이제 더 이상 지쳐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함께해주신 그래피티 팀, 선셋그래피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엄마소나무, 아기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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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復原)

명사, 원래대로 회복함

공장터가 처음 만들어지던 때
산을 깎고 돌과 흙을 채우며 많은 나무들이 안타깝게 사라질 운명에 처했습니다.

그 나무들을 모두 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산을 지켜온 아름드리 소나무들 수십 그루를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조롱 속에서도 꿋꿋이 공장터 한 켠에 옮겨 심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옮겨진 소나무들은 심한 몸살을 앓았고 안타깝게도 그 수는 갈수록 줄어만 갔습니다. 

눈이 많이 왔던 어느 겨울에는 가지에 실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괜한 짓을 한 것이라 수군대기 일쑤였습니다.

공장 문은 좀처럼 열릴 줄을 몰랐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큰 비가 오면 혹시나 하여 들러보기도 했지만 들려오는 산새소리 외에는 적막이 감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다시 찾은 공장터엔 낯설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자란지도 모를 키도 제각각이고 모양도 삐뚤빼뚤한 아기 소나무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오랜 세월과 몸살을 이겨낸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조용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라난 기특한 아기 소나무들을 사이트 사이사이에 정성스레 옮겨 심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무도 조롱하거나 수군대지 않았습니다.
이 나무들도 아마 몸살을 앓겠지만 이제 저희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엄마 소나무는 묵묵히 그늘을 드리워주고 서 있습니다.